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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샷은 왜 안 지워질까 — 1인 개발자가 사진첩 정리 기능을 만든 이유

by minimalbreeze 2026.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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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첩에 스크린샷이 몇 장 있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나는 1,204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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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샷은 가장 빨리 쌓이고 가장 빨리 썩는다

사진을 종류별로 나눠 보면 수명이 다르다.

여행 사진은 평생 간다. 가족 사진도 평생 간다.

그런데 스크린샷은 다르다. 송금 확인, 주소, 영수증 캡처, 웹에서 본 글. 대부분 그날 쓰고 끝이다.

문제는 쌓이는 속도가 가장 빠른데 지우는 속도는 0이라는 것이다. 찍는 데 0.5초, 지우는 데는 영원히 안 걸린다. 안 지우니까.

 

 

 

왜 안 지울까 — 귀찮아서가 아니다

여기서 보통 "귀찮아서"라고 진단하고 빠르게 지우는 도구를 만든다.

틀렸다.

1,204장을 띄워놓고 멈추는 이유는 둘이다.

1. 어디서부터 손댈지 모른다

천 장은 사람이 훑을 수 있는 양이 아니다. 스크롤만 하다 끝난다.

2. 혹시 나중에 필요할까봐

이게 진짜 이유다. 한 장이라도 중요한 게 섞여 있을까봐 전체를 못 지운다.

속도 문제가 아니라 결정 문제다.

그래서 두 가지를 설계했다

하나 — 고르는 단위를 바꿨다

사진 단위로 고르게 하면 천 번 눌러야 한다. 그래서 날짜 묶음 단위로 바꿨다.

오늘              12
이번 주           31
한 달 안          88
석 달 안         210
석 달 지난 것     384

묶음 제목을 한 번 누르면 그 묶음이 통째로 선택된다. 384장이 한 번이다.

"석 달 지난 스크린샷"은 사람이 한 장씩 볼 필요가 없는 덩어리다. 덩어리로 다뤄야 결정이 가능해진다.

둘 — 유예를 만들었다

이게 더 중요하다. 버튼을 두 개 뒀다.

[ 지금 지우기 ]     [ 7일 뒤 지우기 ]

두 번째를 고르면 사진첩에서는 지금 사라지고, 앱이 7일 동안 들고 있는다.

7일 동안 한 번도 안 찾았으면 안 필요했던 것이다.

"혹시 필요할까봐"라는 걱정에 "그럼 일주일만 줄게"라고 답한 셈이다.

나는 이 버튼 때문에 지웠다. "지금 지우기"만 있었으면 또 닫았을 것이다.

 

 

 

기술적으로 막혔던 것들

만들면서 세 번 막혔다. 같은 걸 만드시는 분께 도움이 될까 적어둔다.

1. 스크린샷만 어떻게 가려내나

앨범 이름("스크린샷" / "Screenshots")으로 찾으면 안 된다. 기기 언어에 따라 바뀌기 때문에 반드시 깨진다.

iOS는 스크린샷에만 표식을 붙여둔다.

getAssetsAsync({ mediaSubtypes: 'screenshot' })

이걸로 거르면 기기 언어와 무관하게 정확하다.

2. 안드로이드에는 그 표식이 없다

같은 조건을 안드로이드에서 던지면 조건이 통째로 무시되고 사진첩 전체가 돌아온다.

스크린샷을 지우려다 가족 사진을 지우게 된다. 그래서 안드로이드에서는 기능 자체를 막아뒀다. 되는 척하느니 없는 편이 낫다.

3. 사진첩 사진은 삭제에 확인 창이 반드시 뜬다

앱이 몰래 지우지 못하게 OS가 막아둔 것이다. 그래서 "기한 되면 자동 삭제"를 사진첩 사진에는 적용할 수 없다.

대신 한 번에 몰아서 지우면 확인 창도 한 번이다. 384장이든 한 장이든 똑같이 한 번.

 

 

 

개인정보

사진첩을 읽는 기능이라 이 부분은 분명히 적어둔다.

  • 읽는 것은 스크린샷뿐이다. 찍은 사진, 받은 사진은 읽지 않는다.
  • 읽은 것은 화면에 보여주기 위해서만 쓰고 기기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 지우는 것은 직접 고른 것뿐이다. 앱이 알아서 지우는 동작은 없다.
  • 끄면 사진첩을 한 줄도 읽지 않는다.

서버가 없는 앱이라 보내고 싶어도 보낼 수 없는 구조다.

 

 

정리

스크린샷이 안 지워지는 건 게을러서가 아니라 지워도 되는지 확신이 없어서다.

도구가 해야 할 일은 빠르게 지우는 게 아니라 지워도 괜찮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었다.

7일이라는 유예가 그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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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부터 한번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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